시월의 시인 황용대

         시월의 시인

                              황 용 대

시월은 
마음에 단풍으로 물들면
모두가 시인이 된다

빨강 노랑 색깔 된 마음은
예전에 없던 인생 노래를 부르고

세월의 바람 타고 날아가는 
철새 날갯짓의 치열함도
한 편의 시가 되어 소리를 낸다

황금물결로 가득한
저 들판을 보라

출렁이는 몸짓을 보며
농부의 땀 흘렸던 이야기
위대한 서사시가 아닌가

밤톨 한 알이 익기까지
지난여름 요란한 태풍 속에
살아남았던 기적의 이야기

홍해를 가르며
극적 도하 사건 못지않으리

약속의 땅에 서서
고난의 광야를 되돌아보듯
봄, 여름의 지난 아픔도

감사한 색깔로 
물들고 익어가면

시월엔 가을 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