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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나의 신앙―김석원 14] 굴삭기 작동하다 죽을 고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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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땅 위에서 처음 시작한 일은 청소였다. 몇 개월에 걸쳐 담을 치고 휴지,쇠파이프,콘크리트
  조각 등을 실어 날랐다. 그동안 집없는 사람들이 간이 시설을 마련해 살면서 사용해온 살림도구,
  술병,폐타이어들을 치우고 정글처럼 우거진 잡초와 나무들을 정리했다.


  나무 뭉치들을 땅에 묻기 위해 굴삭기를 빌려 혼자 땅을 파고 묻는 작업을 했다. 사용료가 너무
  비싸 해가 저물어 어두워질 때까지 혼자 기계를 작동하며 일했다. 주위가 어둑해졌을 때 기계를
  잘못 만졌는지 갑자기 포크레인이 웅덩이 쪽으로 향하더니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곤두박질친다면 저는 기계에 깔려 죽습니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그런데 마치 누군가 차를 잡아주는 듯했다. 하나님은 내게 천사를 보내주셨다. 뒤집힐 뻔한
  굴삭기를 천사가 안전하게 잡아줬다. ‘쿵’ 소리와 함께 굴삭기는 땅에 멈춰섰다.

이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땅을 청소하고 매주 1만평의 잔디를 깎아도 힘든 줄 몰랐다. 구석구석 잔디를 돌보며 기도의 씨를 뿌렸다. “아름다운 하나님의 성지동산이 되게 하여주소서”

인근 사람들은 땅이 깨끗해지자 집 값이 올라간다며 좋아했다. 가끔 잔디를 깎다가 화장실도 사용하고 물도 얻어마시기 위해 남의 집 신세를 졌다. 한번은 그 주인이 내게 “잔디깎는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

“아닙니다. 목사예요. 이곳에 교회를 건축하고 선교센터도 지으려고 합니다”

그 주인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저쪽 코너 집이 15년 전까지 이 교회에서 목회를 했던 목사님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그 부부가 산다고 귀띔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그 목사님댁으로 향했다. 사모님은 나를 보자 “황폐해져가는 땅을 바라보면서 이 땅이 거룩한 땅으로 사용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이렇게 김목사님을 만나게 됐군요”라며 기뻐했다. 교회가 문을 닫고 목사님은 전화회사에,사모님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 집이 마음에 들었다. 교회가 들어서기 전까지 임시 예배당으로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이 집은 사모님의 딸이 살 계획이라며 포기하라고 했다. 그 일이 있은 뒤 얼마 후 갑자기 사모님은 “우리 딸이 집을 포기했으니 집을 내놓겠다고 제안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그 집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 수입이 적어 대출받는 게 쉽지 않았다. 아내에게 퇴직금 이야기를 꺼내자 그것 하나 바라보고 사는데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나의 간곡함에 결국 아내도 두손을 들었고 은행에 예치금 일부를 넣고 30년 장기로 대출받았다.

입주를 앞두고 있을 때쯤 RCA 총회 책임자가 교회 건축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했다. 그들은 가구 하나 없는 집에도 들려줬다. “이 집을 당분간 임시 교회로 사용하고 주일학교 사무실로 쓰려고 합니다”

총회 관계자들은 “그러면 김목사 가족은 어디서 삽니까?”라고 물었다. 방 한칸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하자 미국인들 사고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김목사님,제가 총회에 돌아가서 6만달러(약 7000만원) 무상원조를 신청하겠습니다. 조금만 힘내세요”

그들이 돌아간 뒤 2주후 거짓말처럼 6만달러 수표 한장이 손에 쥐어졌다.

정리=노희경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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