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의 만남


흉부외과 교수 사직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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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교수 사직의 변>
우리 병원에서 오래 동안 병원장을 하신
조 원장님의 글입니다 

우리 흉부외과 의사들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는 하늘이 아신다. 나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 때로는 부모로서의 의무까지 희생해가며 환자 곁을 지켰던 우리들이다. 우리 손에 달린 환자의 생명과 그 가족의 행복의 무게를 알기에 묵묵히 환자 진료에 임해왔다. 하지만, 지난 주 금요일 (8월 28일), 정부는 우리의 제자들, 우리가 짊어진 그 무거운 짐을 나누어 지겠노라 결심하고 이 길에 들어선 젊은 의사들의 요구에 현장조사와 고발로 대답함으로써, 우리가 짊어진 의업의 무게를 멸시하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우리의 젊은 의사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어느 정부든, 어느 정당이든, 그 어느 누구라도 우리의 미래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는 우리 평생에 내 손에서 환자가 생명을 되찾기를, 내 환자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기를 간절히 바랬고, 그를 위하여 우리 인생을 바쳤다. 누가 있어 우리의 그 간절함을 경시하는가? 
누가 우리 노력을 자기 정치적 이익에 따라 평가하며, 누가 우리를 자기들 관리하에 있는 공공재로 정의하는가? 
누가 우리의 삶을 바쳐가며 유지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의료를 망가뜨리는가? 
그들은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렇게 모든 의사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의료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우리 모두가 자기 잇속이나 챙기자고 이 땅 많은 의사들이 사직서를 작성하고 극한 투쟁에 나서겠는가? 그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환자 진료에 임하던 의사들이었다. 정부가 이 설익은 의료정책을 추진하기 전까지는.

이 모든 혼란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문제투성이의 의료 정책을 지금, 코로나로 전세계가 신음하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밀어붙여 의료진과 국민을 고통과 분열 속에 밀어넣고, 자발적으로 코로나 환자에게 달려갔던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게 만들었으며, 이제 사상 초유의 의대 교수 단체 사직서 제출이라는 사태를 만들어 내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외과계 교수들이 수술을 중단하기로 선언하게 만들었다. 

누가 우리를 이렇게 내몰았는가?
이제, 우리 청춘을 모두 바쳐서 이룬, 우리 모든 노력, 인내, 끝없는 수련과 고뇌의 결과물인 나의 손, 나의 수술을 내려놓는다. 이 선언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고통의 결단인지 이 정부의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환자와의 그 끈끈한 애정, 환자가 의사에게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의사가 환자에게 살아있음을 감사하는, 그 애틋한 관계를 무참히 깨버리는 이 정부의 무지막지함에 원통한 감정을 참을 수 없다.

이 사직서는, 대한민국을 망치고, 이 나라의 의료를 망치고, 수많은 환자들을 고통 속에 영영히 못박으려는 이 정부에 더 이상 부역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언제든 그만둘 자유가 우리에게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어떤 행정명령이나 공권력이나, 고발/구속의 물리력도, 여론몰이도, 편가르기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과 젊음, 내 모든 시간을 바쳐 이루어 낸, 내 머리와 내 손에 갖추게 된 의업에 종사할 능력을 멈출 수 있는 권리도 온전히 나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선언이다.

당장 이번 주에 수술하여야 할 많은 환자들이 있음을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이 제 정신을 잃은 정부의 비이성적인 의료 정책을 막지 않는다면, 그 수 백배의 환자들이 고통에 빠질 것임을 알기에 피 토하는 심정으로 오늘 우리는 나의 인생을 바쳐 소명으로 삼았던 의업, 그 고되고 숭고한 외과의사의 길에서 스스로 내려온다. 내 목숨과도 같은 의업을 접는다. 우리는 우리를 향한 비난과 비판을 달게 받을 것이나, 다만, 이 사태를 통하여 살릴 수 있었을 환자들이 죽음에 이르게 될 것에 대하여 통탄한다. 그 생명의 값이 이 무지막지한 정책을 충분한 고려 없이, 정작 의료정책의 당사자인 의사들과 상의하지도 않고 밀어붙이는 정부 책임자들의 머리 위에 쌓이기를 바란다.
 
2020년 8월 30일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울산대학교 흉부외과학 교실 교수 OOO, OOO, 부교수 OOO, OOO, 조교수 OOO
(이에 동의하는 교수들이 늘어나는 중으로, 명단은 추가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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