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 주기도문기도운동
- C 2020년 5월 22일 오전 09:22
- e 278
[은혜]
2020. 05. 22 (금)
1급 신체장애인(一級 身體障礙人) 이었던 장영희 (張英姬, 1952~2009)교수는 1985년부터 모교인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수
필가이자, 번역가, 영문학자였습니다.
그녀는 어느 잡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리고 온 잡지를 보니 기사 제목이 "신체장애로 천형(天刑) 같은 삶을 극복하고 일어선 이 시대의 희망의 상징 장영희"였습니다. 여기서 '천형(天刑)'은 '하늘이 내
리는형벌'이다는 뜻입니다.
기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녀 심히 불쾌 했습니
다. 어떻게 감히 남의 삶을 '천형(天刑)’이라고 부르
는가? 맞습니다. 그녀는 1급 신체장애인이고, 암 투
병 생활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도 그녀의 삶을 '천형'(天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신체장애가 끔찍하고 비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
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듯이 나름대
로 그녀의 삶에 방식이 익숙해져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영어 속담에 "네가 누리는 축복
을 세어 보라(Count your blessings)"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는 누구나 많은 축복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장애인이 하늘이 내리는 형벌 즉, 천형(天刑)이라고 불리는 자기의 삶에도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은혜가 있다면서 이
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나는 인간입니다. 개나 소, 말, 바퀴벌레, 엉겅퀴, 지
렁이가 아니라 나는 인간입니다. 지난여름 여섯 살
배기 조카와 함께 놀이공원에 갔는데 돈을 받고 어
린아이를 말에 태워 주는 곳이 있었습니다.
6~7마리의 말이 어린아이를 한 명씩 등에 태우고
줄지어 원을 그리며 돌고 또 돌았습니다. 목에는 각
기 평야, 질주, 번개, 무지개, 바람 등 무한한 자유를 의미하는 이름표를 달고 말들은 직경 5m나 될까 말
까 한 좁은 공간을 종일 터벅터벅 돌았습니다.
아! 그 초점 없고 말들의 슬픈 눈. 그녀는 그때 그녀
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은
혜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내 주위에는 늘 좋은 사람만 있습니다. 좋은 부모님
과 많은 형제 사이에서 태어난 축복은 말할 것도 없
고, 내 주변에는 늘 마음 따뜻한 사람, 똑똑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으로 가득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
나서 그들을 만난 것을 난 하나님이 주신 <은혜>라
고 생각합니다.
셋째,
내겐 내가 사랑하는 일이 있습니다. 가치관의 차이
겠지만, 난 대통령 장관 재벌보다 선생이 훨씬 보람 있고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한국에
서 손꼽히는 좋은 대학에서 똑똑한 우리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도 내겐 하나님이 주신 <은혜>입
니다.
넷째,
난 남이 가르치면 알아들을 줄 아는 머리, 남이 아파
하면 나도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이 있습니다. 몸은 멀
쩡하다 손 쳐도 아무리 말해도 못 알아 듣는 안하무
인, 남을 아프게 해 놓고 오히려 쾌감을 느끼는 듯한 이상한 사람이 많은데, 적어도 기본적 지력과 양심
을 타고난 것은 이 시대에 하나님이 주신 <은혜>입
니다.
누가 뭐래도 내 삶의 축복은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
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이 멋진 세상에 사는 축
복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얼마 전 다시 본 영화 ‘사
운드 오브 뮤직’에 마리아가 대령과 사랑에 빠져 ‘그 무언가 좋은 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
습니다.
‘내 어린 시절 난 나쁜 애였고, 내 청소년기는 힘들
었지만 이제 이렇게 당신을 만났으니 내가 과거에 그 무언가 좋은 일을 했음에 틀림없어요' 라는 노래 가사가 있습니다. 이 노래 가사처럼 이렇게 많은 축
복을 누리며 살고 있으니 전생에 난 ‘그 무언가 좋은 일’만 많이 하는 천사였는지 모릅니다.
아참, 내가 누리는 축복 중에 중요한 걸 하나 빠뜨렸
습니다. ‘동아광장’의 필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닙니
다. 한데 이렇게 동아광장에서 독자를 만나니, 누가 뭐래도 나의 삶은 하늘이 내린 형벌 ‘천형’은커녕 하
늘에 내린 <은혜> ‘천혜(天惠)의 삶' 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비릇 1급 장애인이었지만, 왕성한 사회활동
가로 삶을 만끽하면서 자신의 일에 만족하면서 모
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했습니다.
우리 하나님의 백성들도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달란트대로 감사하면 살아가시는 충직한 종이 되시
길 소망합니다.
"받은 상처는 모래에 기록하고 받은 <은혜>는 대리
석에 새기라." (Write injuries in dust, benefits in marble.)
ㅡ 벤자민 프랭클린 ㅡ
■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
1790)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이자 미국의 초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는 특별한 공식적 지위
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프랑스 군(軍)과의 동맹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 미국 독립에 중추적인 역할
을 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