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시민 하늘의 시민
마태복음22:15-22
바리새인들과 정치 집단인 헤롯 당원들이 함께 예수님을 찾아와 매우 정치적이고 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15절) “당신의 생각에는 어떠한지 우리에게 이르소서. 가이사에게 세를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옳지 아니하니이까?"(17절) 예수님께 던진 이 질문은 명백한 양날의 칼입니다.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문제는 당시 중동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습니다. 갈릴리에서 성장하셨던 예수님도 그런 상황은 다 알고 계셨습니다. 예수님이 어렸을 때 유명한 유대인 지도자 중에 유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유대 사회에서 유다는 혁명가로는 잘 알려진 이름이었다), 그는 세금문제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로마는 반란을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세금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경고의 표시로 지역 곳곳에 십자가를 세워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는 혁명가들을 매달아 놓았습니다.
바리새인들의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달려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세금을 내지 말라고 말하고 다니면 당신은 십자가에 달릴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세금을 반대해야 된다는 것이 백성의 기대입니다. 세금을 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하는 다양한 입장들이 걸려 있는 문제였습니다. 예수님께 물으시기를 “이 형상과 이 글은 누구의 것이냐.” 저들이 주저하지 않고 큰 소리로 답했습니다. “가이사의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동전에 사람 모습이나 얼굴을 새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로마 화폐에는 로마 황제의 상을 새겨 놓았고 동전이 가장자리에는 “신의 아들..대제사장."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그러니 어느 유대인이 그 동전을 기쁘게 만질 수 있겠는가? 예수님이 “그렇다면, 황제의 동전으로 황제에게 돌려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얼핏 혁명처럼 들으면 반로마적인 말로 들릴 수 있고 ... 손에 동전을 쥔 채 말씀하시는 모습은 마치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또한 하나님께는 하나님의 동전으로 돌려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도대체 무슨 말씀인가?
예수님의 이 말씀은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을 분리한 말씀이 아닙니다. 세상과 교회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면 안됩니다. 어떻게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이 분리되겠습니까? 하나님이 만유의 주님이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모든 영역의 주인이시라는 것을 당당히 선포해야 합니다. 내가 가정이나 직장이나 학교에서 하는 모든 일도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신자는 국가의 시민과 하늘의 시민으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가이사도 하나님의 주권속에 권력을 잡기도하고 폐하기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나라와 권력도 하나님의 것입니다. 권력, 제도, 국가의 운영도 하나님의 공의안에서 되어져야 합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이 땅에 실현되는 것을 기대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종인 통치자와 정부가 하나님 뜻에 거슬러 국정을 운영할 때 그것에 반대하고 겸손히 비판하며, 때로는 순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롬 12:21). 교회가 코로나 방역 지침을 충실하려는 것은 세상의 법과 권력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웃을 배려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신뢰를 잃어가는 현실에서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입니다. 교회는 가이사의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세상이 어떠하든지 세상의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신석장로교회 박근상 목사
더 자세히 들으시려면 유튜브 [박근상매일성경]으로 들어오세요
아뿔싸 들켰네
어떤 교회에 자유분방해 보이는 목회자가 부임했다. 열광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엄격한 신앙생활을 철칙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이를 못마땅해 했다. 그래서 이 목회자를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질문을 했다. “예수 믿는 사람이 담배 피워도 됩니까?” 새로 온 목회자를 따르는 이들 중에 담배 피는 이들이 꽤 있다는 소문이 있던 터였다. 질문을 받은 목회자가 “그래요. 일단 담배 한 번 보면서 이야기합시다. 한 번 꺼내 보실래요?” 하자 그 질문을 한 사람이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면서 “여기요!”하는 것이었다. 아뿔싸! 꺼내면 안 되는 것이었다. 가지고 다니더라도 끝까지 아닌 척 했어야 했다. 그는 상대방을 함정에 빠트릴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말았던 것이다. 가이사에게 바치는 세금 논쟁을 제기한 이들이 스스로 우상이 새겨진 가이사의 것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이 논쟁의 승패는 정해졌다. 그들의 질문에 대하여 답이 아니라 비껴가는 말씀을 하신 것은 이 문제는 한 두 마디로 대답할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신앙과 신념, 신앙과 이데오르기의 차이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늘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