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의 해답을 시도하다
- 주기도문기도운동
- C 2020년 9월 26일 오후 10:59
- e 190
<딜레마의 해답을 시도하다>
저 아래 담벼락에 말도 안되는 짓을 하는 총회에 속해서 속을 썩이는 교회들에게 차마 교단을 떠나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딜레마를 고백했다. 그 해답을 이렇게 시도해 본다.
나는 수원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교회는 독립교회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개 독립교회연합에 속한 교회냐고 묻는데, 그런게 아니라 어떤 교단에도 속해 있지 않다. 회중은 성인과 아이 합해서 총 30명 정도 된다. 그런데도 목사의 생활을 지지하고, 교회를 유지하며, 목사의 출판사업에 기부금을 낼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고 있다. 아주 느리지만 찾아오는 신자들이 있어서 교회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30명 되는데 7년 걸렸으니 은퇴 전에 50명 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새벽 기도, 금요 철야 기도 같은 것은 해본 적이 없다. 교회 집회는 주일 오전 오후 예배로 모이는 것이 전부이다. 수요기도회는 목사가 보내는 인물성경공부 교재로 가장의 인도 하에 각 가정에서 한다. 물리적으로 수요기도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교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회에 모이는 것은 최소화하는 대신, 거기서 남은 시간과 정력으로 가정을 세우고 사회 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표어라고 할 것도 없지만, 굳이 말하라면, ‘신앙은 생활이다’를 표어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생략된 말은 ‘종교가 아니라’이다.
성찬은 1년에 두 번 정도 한다. 그것도 정해진 것은 아니다. 성찬을 할 때에는 몇 주 동안 성찬을 준비하는 설교를 하고, 성찬이 있기 전 토요일에 모여서 성찬 준비 기도회를 하고 성찬을 한다. 그러니까 성찬은 꽤 큰 교회 행사이고 모두가 무겁게 준비한다.
그 이외에는 1년에 두 번 정도 전교인이 콘도나 펜션 같은 데에 가서 2박 3일을 함께 지낸다. 비용은 교회가 댄다. 가난한 교우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이다. 대개 금요일 저녁에 가서 주일에 예배까지 드리고 헤어진다. 주로 걷고 이야기하고 먹고 논다. 저녁에 시간 나면 모여서 신앙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프로그램 같은게 없어도 자연스럽게 시간은 잘 가고 모두가 즐겁게 지낸다.
가정 방문을 하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심방은 아니다. 독신 가정 혹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가정을 한 두 세 번 정도 방문한 후에 나머지 건강한 가정은 가끔 간다. 방문하면 시간이 넉넉해서 자유롭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방문을 받는 가정도 긴장하지 않고 목사 부부도 가벼운 마음으로 간다. 사람 사는게 그런거지, 목에 힘줄게 뭐 있나. 교우들끼리 가끔 서로 초대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교제할 것을 권유한다.
두 명의 집사가 교회 운영에 좀 더 힘을 쓰고 회계처리를 담당한다. 목사는 거기에 관여하지 않는다. 설교 준비로 바쁜데 거기까지 신경 쓸 여지가 없다. 두 분 집사 외에도 무슨 일이 있으면 회중이 각자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한다. 아무도 나서서 콩 나와라 팥 나와라 하는 사람이 없어도 일이 잘 돌아가는 것을 보면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회중을 인도하여 일을 시키시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길게 하는 것은 교단에 속하지 않고 독립교회로 있어도 얼마든지 교회로 설 수 있다는 소리를 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게 최선도 아니고 정상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교단이라고 모여서 총회라고 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 그런 교단에 들어가 앉아서 교단의 존속을 돕느니 차라리 독립교회로 있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말도 안되는 교단에 속해서 말도 안되는 정치 목사들의 뒷치닥거리를 하지 말고 독립해도 충분히 목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연후에 신앙이 일치하고 마음에 맞는 목사들이 모여서 신앙고백을 채택하고 작은 노회의 형태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교권을 위해서 돈 쓰고, 총회 간부가 된 후에는 투자금 이상으로 돈을 챙기고, 힘있는 목사의 불법에 협력하는 총회들이 어느 날 텅텅 비어, 목에 힘주던 돼먹지 않은 정치 목사들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종교 개혁 때도 그런 과정을 겪은 것으로 이해한다. 좀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