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런가?
- 주기도문기도운동
- C 2020년 8월 28일 오후 10:28
- e 192
<그게 그런가?>
요즘 우리나라 교회가 하두 난맥에 빠지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교회를 변호 혹은 위로하려는 선의의 말들이 자꾸 나온다. 그 중의 하나가 전체적인 교회는 잘 하고 있는데 전씨의 사랑제일파가 문제라는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곰곰 생각해 보았다. 과연 그런가? 결론을 말하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현실을 호도하려는 거짓이다. 우선 전씨는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회 내에서 자라온 인물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의 교회가 그런 인물이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는 말이다. 물론 거기에 정치적인 지지가 있었으나 그것으로는 변명이 안된다.
전씨가 유표하게 드러났지만, 순복음교회, 명성교회, 사랑의 교회, 금란교회, 충현교회, 소망교회 등등 적어도 규모에 있어서 한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교회의 목사들도 전씨 못지 않다. 그 중에 돈, 섹스, 세습 같은 추문에 말려들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교회에 나가 그들의 설교를 들으면서 아멘 아멘 은혜를 받는 사람들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의 대형 교회들, 거대 교단 거의 전부가 암묵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전씨를 지지하고 신자들의 손에 태극기를 들려서 광화문으로 보냈다. 그러니까 전씨 혼자 잘못한 것이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대형 교회들, 보수 교단들, 거기에 속한 신자들이 거기에 함께 한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대형화되지 않은 교회들, 중형 교회 혹은 소형 교회들은 나은가? 이미 오래 동안 지적되어 온 문제이지만 거의 대부분 혹은 상당수의 중 소형 교회들이 결국 지향하는 곳은 대형 교회이다. 그러니까 목표지점은 같다. 단지 차이는 그 목표 지점에 도달했느냐, 가까이 갔느냐, 멀리 있느냐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한국의 다른 교회들은 잘 하고 있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이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는다.
요즘 개나 걸이나 다 교회를 비판하니 비판 그만 하자는 말이 나오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비판도 지겹다. 하지만 뭐가 잘못인지에 대한 바른 인식은 있어야 한다. 한국의 전체 교회는 잘하고 있는데 한 두 교회가 전체 교회를 흐린다는 식의 인식으로는 가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