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문제에 간단한 해법 -2>
- 주기도문기도운동
- C 2020년 9월 5일 오후 10:17
- e 211
<간단한 문제에 간단한 해법 -2>
최근에 드러나고 있는 바 우리나라 교회의 한 가지 현저한 약점이 상식의 부재이다. 이것을 신앙적 몰상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런 소리를 해야 하는 현실이 창피할 따름이다. 신자는 상식은 당연히 만족시킬 뿐 아니라, 불신자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키지 못하는 삶의 규칙까지도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신자가 몰상식하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다.
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아래 담벼락에 연속으로 몇 번 끄적거렸지만, 우선 신관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하나님이 신자에게만 하나님인 것이 아니라 불신자에게도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거 너무 당연한거 아닌가? 불신자가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에게 하나님이 아닌가? 그들을 창조하여 세상에 보내신 분이 하나님이 아닌가? 그들로 하여금 먹고 입고 살고 일하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 아닌가? 그들의 마음 속에 양심을 심어 넣어 그들로 하여금 때로 신자보다도 더 높은 도덕을 깨닫고 실천까지 하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 아닌가? 과학의 발전과 신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인간 사회를 변화시켜 가는 일에 불신자도 참여하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 아닌가? 그런데 왜 신자들은 자주 그런 일반적인 지식과 상식에 의해서 형성된 사회의 규칙을 무시하는 일을 가볍게 여기는가? 이게 말이 안되잖아.
그런데도 이상한 영적 자만심에 빠져 가지고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서 신자가 선생이 되고 인도자가 되어야 할 것 같은 망상에 자주 빠지는 것 같다. 교회가 이런 일에서 얼마나 생각이 부족했는지가 최근의 일련의 사태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불신자라도 뻔히 아는 일, 아니 초등학생이라도 뻔히 알만한 일에 대해서 신자들이 이상한 고집을 부리면서 우리는 그걸 따를 수 없다고 하니 세상 사람들이 신자를 무슨 이상한 동물 보듯이 하는거 아닌가?
이런 현상은 영적 규칙이 일반적인 규칙을 제압할 수 있다고 하는 착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완전히 그릇된 생각이다. 아무리 기도를 많이 해도 절벽에서 떨어지면 죽는다. 아무리 성경을 많이 읽어도 밥을 굶으면 죽는다. 아무리 찬송을 많이 불러도 망치로 손가락을 내려치면 뼈는 으스러진다. 영적 규칙이 자연적인 규칙을 제압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자들이 그런 그릇된 관념을 형성한 데에 기여한 한 가지가 성경에 기록된 기적이 아닌가 한다. 거기서 하나님의 능력이 자연 현상을 제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신자의 생활에서 일반화하는 것은 그릇되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과거 평양 신학교에서 최권능 목사가 시험 공부는 안하고 기도만 하다가 시험을 망치고 나서는 ‘성령도 시험 앞에서는 별 수 없구만’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가 아닌가? 영적 규칙이 일반적인 법칙을 제압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이런 착각이 최근 코로나 사태에서 일부 교회들의 그릇된 대응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신자는 사람이고, 사람 중에서도 가장 사람다운 사람이다. 사람은 원래 고귀하게 지어졌는데, 죄로 말미암아 이상하게 되었다. 구원은 그렇게 괴상하게 된 사람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일을 수반한다. 물론 단순히 되돌려 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지위를 얻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높은 지위라는 것이 신앙적 몰상식과 교만으로 뭉친 괴물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선하고 좋은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세상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흠이 없고 온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감독의 자격에 중요한 조건이 있다. “딤전 3:7 또한 외인에게서도 선한 증거를 얻은 자라야 할지니 비방과 마귀의 올무에 빠질까 염려하라.” 불신자의 눈에도 칭찬 받을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전혀 어려운 말이 아니다. 불신자들이 비록 하나님을 모른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건전한 판단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상식이라고 부른다. common sense 즉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감각이다. 신자는 그 상식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것을 만족시킴으로 불신자들의 눈에도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불신자들이 신자를 볼 때에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니 신자는 상식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교회는 일단 조용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의 상식을 존중하는 건전한 시민의 모임이 되어야 한다. 거창한 종교적 진리를 말하기 전에 기본부터 다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