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익어가는 계절"     황용대목사

( 수필 )  
             "익어가는 계절"

                                 황 용 대

금년 가을은 꼭꼭 싶어 먹고싶다 바람소리, 새 소리, 청명한 하늘,
익어가는 곡식과 열매들을 본다
교회마당 대추나무에 붉은대추를
따면서 다짐해본다 '이처럼 익어가는
가을로 살고 싶다'

97세 김형석교수님의 특강을
T.V에서 들으며 나를 반추해 보았다 "100세 가까히 살아보니 가장 좋은 때가 65세부터 십년간 같더라"
내 나이 60대 후반되어서 인지 깊이 새겨진다 
 '지금 내가 인생절정에서살고있구나!' 계절로보면 '가을'이요
나뭇잎으로 보면 '단풍' 같은 때다
다행히 목회자 정년이 70세이므로
막바지에 있는 지금은 최고의 인생 맛을 느끼는 순간들이리라

서재의 둘러쌓인 책들도 정리해야
하고 내 곁을 떠나는 낙엽신세가 될터이고, 지금의 둘러쌓인 책속에서 커피한잔의 행복도, 강단에서설교하는 기쁨도
단풍만이 느끼는 절정이 아닌가

모든것이 소중하게 다가오고 느껴지니, 꼭꼭 씹어 먹는 기분으로
가을 하루를 보낸다

저녁이 가까운 시간, 옷깃을 여미고
집 밖을 나선다 가을 바람이 부르는 소리에 가까운 금호 강길따라 걷는다
산책을 즐기는 내 마음을 아는지,
흐르던 강물도 멈춰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젊음은 달음박질 세대라면 중년은 빠른걸음,노년기에 들어서면 천천히 걸어야 하고 때로는 멈춰서서 뒤 돌아 볼 수 있는 여유의 세대이리라
가을 강은 발길을 멈추고  친구를 만난듯 반겨준다 걸음마다
주변에 많은자연의친구들이 몰려와 인사하고 말을 건넨다  
단풍의 미소, 코스모스의 춤 사위, 들풀들의 몸짓은 정겹기만 하다  강변에서서 바라보는 석양은 붉은 노을로 열정을 보여주며
나에게도 열정을 지피라라고응원한다
떠가는 구름조차도 발걸음 멈추고 내
마음속에 내려앉아 세상에서 본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려한다

길 가에 떨어진 낙엽을 줏어드니
조그만 흠집모양이 아스라한마음이
된다
그 나름으로 평생이 한폭의 그림되어
보여지는 듯하다 봄에 새순으로 생존을위한 투쟁을, 여름에는 폭풍과 작렬하는 태양 열을 견디며 성장하고, 가을 단풍의 기쁨도 잠시  낙엽이 되기까지의 치열했던 삶이 작은 상처속에 새겨져있다  이제 모든것 접고 땅에 파묻혀가며 거름이라도 되겠다는 일념은 숭고하지 않는가!

바람길 따라 걷는 산책길은
가을이 차려 놓은 잔치자리에서 많은 음식을 다양하게 먹으며 가을 색체를 즐기게 한다
익어가는 가을 한 복판에 서서 꼭꼭 씹어먹고 있기에
더욱 깊은 맛을 느끼는가 보다

먼 하늘쳐다보며누군가를그리워하고, 이 가을에 나 만의색깔로
물 들고 싶어하는 나는, 
분명 가을 남자임에 틀림없다

( '심상' 청탁 원고)